
콧대에 분필 한 자루, 그리고 김희선이라는 신기루: 코 성형에도 복고가 올까요?
요즘 SNS 속 미인들을 보다 보면 문득 흠칫 놀랄 때가 있습니다. 분명 다른 얼굴인데도 코 옆선만 보면 마치 자를 대고 그린 듯 비슷한 직반버선코가 이어집니다. 30년 전, 실리콘 하나 툭 넣고 “나 코 세웠소!” 하던 그 시절과는 확실히 다른 시대입니다. 훨씬 정교하고 훨씬 세련됐습니다.
그런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패션도 돌고 돌아 나팔바지가 와이드 팬츠로 화려하게 돌아왔는데, 혹시 내 90년대 분필코도 언젠가 다시 힙해지는 날이 올까?
재미있는 상식: 코뿔소와 성형수술의 공통점?
혹시 코 성형을 뜻하는 라이노플라스티 (rhinoplasty)와 코뿔소를 뜻하는 라이노세로스 (rhinoceros)의 앞부분이 같다는 사실, 눈치채셨나요? 두 단어 모두 그리스어 rhinos, 즉 ‘코’에서 유래했습니다. 코뿔소는 말 그대로 코(rhinos)에 뿔(keras)이 있는 동물이라는 뜻이고, 성형수술은 코(rhinos)를 빚다(plassein)라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생각해 보면 이 우연한 언어의 겹침이 꽤 재미있습니다. 30년 전 실리콘 한 줄로 콧대를 세우던 시절이나, 지금처럼 귀연골과 비중격 연골로 정교하게 코끝을 다듬는 시대나 결국 본질은 비슷합니다. 내 얼굴에 가장 잘 어울리는 아름다운 ‘선’을 찾아가는 과정이라는 점에서 말입니다. 어쩌면 우리는 모두 각자의 방식으로, 얼굴 위에 가장 자연스러운 ‘나만의 뿔’을 찾고 있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1. 90년대 ‘분필코’의 추억: 단순함이 미덕이던 시대
코 성형의 전문 용어인 라이노플라스티 (rhinoplasty)는 코를 뜻하는 그리스어 rhinos와 빚는다는 뜻의 plassein이 합쳐진 말입니다. 말 그대로 코를 새로 빚는다는 뜻이지요. 하지만 90년대 우리의 코 성형은 ‘빚는다’기보다 솔직히 ‘심는다’에 더 가까웠습니다.
당시에는 지금처럼 귀연골, 비중격 연골, 자가늑연골까지 활용해 코끝을 따로 디자인하는 방식이 대중적이지 않았습니다. 콧대부터 코끝까지 L자형 또는 I자형 실리콘 하나를 통으로 넣는 방식이 주류였습니다. 콧대에 길쭉한 실리콘 하나만 잘 자리 잡으면 성공이었고, 조명 아래서 콧날이 하얗게 존재감을 드러내던 그 코를 우리는 정겹게 ‘분필코’라 불렀습니다.
여기엔 이유도 있습니다. 당시 L자 실리콘은 콧대와 코끝을 한 번에 세우다 보니 시간이 지나면 코끝 피부가 얇아지거나 실리콘 윤곽이 은은하게 비쳐 보이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유독 조명 아래에서 하얗고 직선적으로 보이는 인상이 더 강하게 남았습니다.
2. 2020년대 ‘버선코’의 독주: 완벽함이 주는 피로감
요즘은 완전히 다릅니다. 예전 상담실 벽에 붙어 있던 황신혜, 김희선 사진을 보며 코 라인을 상상하던 시대를 지나, 이제는 가장 완벽한 측면 곡선을 추구하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단순히 높이만 세우는 것이 아니라, 코끝 각도, 비순각, 옆라인의 흐름, 정면에서의 콧구멍 노출까지 세밀하게 봅니다.
특히 귀연골이나 비중격 연골을 이용해 코끝을 따로 조정하면서, 예전보다 측면 실루엣의 완성도가 훨씬 중요해졌습니다. 그래서 요즘 코들이 비슷해 보이는 건 단순히 유행 때문만은 아닙니다. 기술이 정교해지면서 모두가 ‘가장 이상적인 곡선값’에 가까워지다 보니, 오히려 개성이 줄어드는 역설이 생긴 것입니다. 가끔은 그래서 30년 전 그 투박한 직선미가 오히려 더 개성 있어 보이기도 합니다.
3. 기대와 달랐던 ‘미비한 변화’의 허탈함
사실 30년 전 붕대를 푸는 날, 저는 아주 중요한 진실 하나를 깨달았습니다. 예뻐지는 게 실리콘 한 줄만큼 쉬운 일은 아니라는 것. 분명 콧대에는 분필 한 자루가 들어앉았는데, 거울 속엔 김희선이 없었습니다. 대공사를 기대했건만 결과는 마치 집 전체 리모델링을 꿈꿨다가 쿠션 하나 바꾼 정도의 변화랄까요. 그날 알았습니다. 내 본판의 방어력은 실리콘 따위로는 쉽게 뚫리지 않는다는 냉혹한 진실을요. 아마 많은 분들이 공감하실 겁니다. 코는 분명 높아졌는데 인상 전체는 생각보다 드라마틱하게 바뀌지 않는 그 미묘한 허탈함 말입니다.
4. 성형도 ‘빈티지’가 될 수 있을까?
하지만 패션처럼 성형에도 복고 감성이 스며들 수는 있습니다. 언젠가 Z세대가 이렇게 말하는 날이 올지도 모릅니다. “요즘 코들은 너무 다 비슷해서 지루해. 90년대 그 직선적인 레트로 실리콘 룩이 더 쿨해.”
다만 성형은 패션과 조금 다릅니다. 옷은 그대로 입으면 되지만, 코는 피부 두께, 연골의 지지력, 얼굴의 비율에 따라 같은 직선 코라도 느낌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그래서 복고가 돌아온다고 해도 과거 방식 그대로라기보다, 현대 기술로 재해석한 레트로 무드의 직선 코에 더 가까울 가능성이 큽니다. 말하자면 ‘분필코 2.0’쯤 되는 셈입니다. 그날이 오면 저는 유행에 뒤처진 사람이 아니라, 시대를 30년 앞서간 성형계의 힙스터가 되는 것이겠지요.
5. 유행보다 중요한 건 결국 ‘내 코의 역사’
사실 분필코면 어떻고 버선코면 어떻겠습니까. 이 코는 제가 더 나은 나를 꿈꿨던 30년 전의 용기이자, 제 인생의 굴곡을 함께 지나온 작은 역사입니다. 유행은 직선미에서 자연스러운 곡선미로 계속 이동하겠지만,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얼굴과의 조화와 나만의 분위기입니다.
내 얼굴에 새겨진 시간의 흐름은 세상 어디에도 없는 유일무이한 것이니까요. 그래도 혹시 모릅니다. 내일 당장 인스타그램에서 #RetroNose #ChalkStickStyle이 유행하기 시작할지. 그날이 오면 아마 이런 생각이 들 것 같습니다. 30년 전에는 촌스럽다고 여겼던 직선의 콧대가, 시간이 지나 다시 ‘레트로한 매력’으로 읽히는 순간이 올 수도 있겠구나. 결국 유행은 돌고 돌고, 얼굴에 남은 시간의 흔적은 생각보다 쉽게 촌스러워지지 않는다는 것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