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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는 약 이야기 7⟫ 설파제, 페니실린보다 먼저 세상을 구한 기적의 약

by jekscribbles 2025. 6. 27.

1930년대 독일 실험실에서 과학자가 염료를 실험하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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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론: 항생제의 시대, 그 시작점은 어디였을까?

“감기 걸렸어요.”
“병원 다녀오고 항생제 먹으면 괜찮아질 거예요.”

오늘날 항생제는 너무나 당연하게 쓰이는 치료 수단입니다.
하지만 이 항생제의 시대는 페니실린 이전에도 존재했습니다.
그 시작을 알린, 그리고 수많은 생명을 구해낸 약이 있었는데요.
바로 설파제(Sulfonamide)입니다.

이름은 조금 생소해도, 이 약이 없었다면 우리는 지금보다 훨씬 많은 감염병 앞에서 속수무책이었을지도 모릅니다.

🟡 역사 속 이야기: 붉은 가루가 생명을 구하다

1930년대 초반, 폐렴·성홍열·패혈증 같은 세균 감염은
어린아이부터 군인까지 가리지 않고 목숨을 앗아갔습니다.
당시는 바이러스와 세균의 차이도 제대로 알지 못하던 시기였고, 치료약도 사실상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1935년, 독일에서 기적 같은 약이 등장합니다.
염료에서 유래된 물질이 세균 감염에 효과가 있다는 것이 밝혀진 것이죠.
이후 이 물질은 ‘설파제’라는 이름으로 불리게 됩니다.

💬 “1941년, 미국에서는 설파제를 수백만 명에게 공급할 수 있을 만큼 대량 생산하게 되었고, 그해에만 약 50만 명의 생명을 구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출처: 사토 겐타로, 『세계사를 바꾼 10가지 약』 中)

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자, 설파제는 군인들의 응급치료용으로 널리 쓰이며
병사들의 생존율을 획기적으로 높였습니다.
붉은색 가루 형태로 된 이 약을 들고 다녔던 병사들은 설파제를 “빨간 기적”이라 부르기도 했습니다.

🧪 설파제를 만든 과학자 – 게르하르트 도마크

설파제의 효과를 세상에 알린 인물은 독일의 게르하르트 도마크(Gerhard Domagk)입니다.
그는 제약회사 바이엘(Bayer)에서 염료 실험 중, 우연히 감염된 실험쥐가 회복하는 것을 목격하게 됩니다.
이 때 사용된 물질이 바로 ‘프론토질(Prontosil)’이라는 염료였습니다.

흥미로운 사실은, 이 물질은 시험관 안에서는 아무 효과가 없었지만
살아있는 생물 안에서만 항균 작용을 보였다는 점입니다.

💬 “도마크는 자신의 딸이 감염병에 걸렸을 때, 실험 중이던 설파제를 직접 투여해 아이의 생명을 구했다고 전해집니다.”

그는 이 연구로 1939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하게 됩니다.
하지만 당시 독일은 나치 체제 하에 있었고, 외국 수상을 금지하고 있었기 때문에
실제로 상을 받은 것은 전쟁이 끝난 후였습니다.

⚠️ 어두운 그림자 – 설파제 비극 사건

설파제가 ‘기적의 약’으로 떠오르자, 세계 각국에서 이 약을 상품화하기 시작합니다.
그러나 그 와중에 끔찍한 사고도 발생하게 됩니다.

1937년, 미국의 한 제약사가 설파제를 디에틸렌글라이콜(부동액 성분!)에 녹여
시럽 형태로 만든 제품을 판매했는데, 이를 복용한 100명 이상의 사람들, 특히 어린이들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 “설파제를 둘러싼 이 비극은, 오늘날 미국 FDA(식품의약국) 설립의 결정적 계기가 되었습니다.”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은 약물이 얼마나 위험한지를 세상에 각인시킨 사건이었고,
이후 의약품의 안전성과 규제가 엄격히 법제화되기 시작한 전환점이 되었습니다.

🧬 오늘날의 건강관리와 설파제

현대에는 설파제가 페니실린 등 다른 항생제에 비해 덜 사용되긴 하지만,
요로감염, 기관지염, 여드름 치료, 톡소플라스마 등에 여전히 사용되고 있습니다.

특히 페니실린 알레르기가 있는 환자에게는 중요한 대체 항생제로 남아 있습니다.

💬 “설파제는 조용히, 그러나 여전히 우리의 건강을 지키고 있습니다.”

또한 설파제는 오늘날 수많은 항생제가 개발되는 기반이 되었고,
현대의 감염병 치료 시스템 전반에 큰 영향을 남겼습니다.

🟢 결론: 오래된 약이 남긴 유산

설파제는 단지 ‘옛날 약’이 아닙니다.
그것은 인류가 세균과 싸우는 역사에서 첫 번째 승리를 안겨준 약입니다.

실험실의 우연한 발견, 딸을 살리기 위한 아버지의 선택,
그리고 전쟁터의 군인들과 병원에서 고통받던 수많은 이들의 생명을 지켜낸 약.

💬 “설파제 없이는 지금의 항생제도, 지금의 의료 시스템도 없었을지 모릅니다.”

의약품 하나가 세상을 어떻게 바꾸는지를 보여주는,
아주 특별하고 흥미로운 약 이야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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